post by 백만돌이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서평
없어졌지만 존재하는
존재하지만 없어질 우리 모두의 모습
우리 모두는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말로는 현실이라는 공간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그 방법대로 살아가게 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수정하고 보완한다. 올바른 선택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잘못된 방법을 선택해서 큰 위기를 겪기도 한다.
인생은 B to D라는 말이 있듯이.(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무수한 C(Choice) )
주인공도 마찬가지이다. 컨설턴트로서의 승승장구하던 삶이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 또한 녹록치 않다. 인생이란 미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스스로 선택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오로지 내 선택으로 점철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선택의 잘못이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난 뭘해도 안되’, ‘난 망했어’, ‘이제 끝장이야’ 등등 좌절과 비관으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나약하고 병든 존재로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 속 주인공은 최소한 그런 존재는 아니다. 선택이 잘못되었을지라도 또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선다. 항상 더 나은 자신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꿈꾼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룰 대상인 ‘라마’를 만난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마저도 실패했다. 하지만 성공적이었다. 라마의 죽음으로 그가 꿈꾸던 삶 즉, 겉으로 보여지는 삶은 실패했다. 하지만 라마는 주인공의 정신적인 삶, 마음 속의 안식을 가져다주었다.
라마의 존재는 삶의 방황 중에 만난 한 줄기 희망이고 빛이었다. 라마가 존재할 때는 자신의 삶을 바꾸어 줄 한 줄기 희망이었고, 죽은 이후에는 마음의 안식이었다. 결국 라마의 존재는 결국 죽음으로 인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삼손이 이야기하는, 주인공이 궤변이라고 생각했던, 죽음은 없어짐이 아니라 다른 곳에 머물다 때가 되면 다시 나타난다는 것을 주인공 스스로 마주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과거에 대한 결과이며 과거의 업을 씻기 전에는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것처럼 결국 세상의 모든 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딘가에 존재하고 내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아끼던 물건을 잊어버리면 그 물건은 사라지지만 물건에 대한 기억은 꽤 길게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수도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죽는다는 건, 더 이상 현실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일 뿐이지 내 기억 속 어딘가에는 아주 깊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없어졌지만 존재하는, 존재하지만 언젠가는 없어질 우리 모두의 모습. 그 와중에 자신을 위해 열심히 애쓰며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모습을 사람 냄새나는 사건 전개와 간결한 문체를 통해 글쓴이는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점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잔잔한 감동의 공간속에 나를 가두어 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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